로스트볼 써도 되나 – 등급 4단계와 A급이 오히려 위험한 이유

“로스트볼 쓰면 실력 없어 보이나요?” 커뮤니티에 반복해서 올라오는 질문입니다. 답부터 드리면 로스트볼은 써도 됩니다. 프로가 아닌 이상 공 하나로 스코어가 갈리지 않고, 첫 라운딩에서는 공을 열 개 넘게 잃는 일도 흔합니다.

다만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로스트볼이 아니라 로스트볼로 위장한 리피니시볼입니다. 그리고 그 함정은 등급이 낮은 공이 아니라 가장 좋아 보이는 A급에 숨어 있습니다.

로스트볼 등급을 나누기 위해 골프공을 선별하는 모습

로스트볼과 리피니시볼은 다른 물건입니다

이름이 섞여 쓰여서 헷갈리는데, 둘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 로스트볼 — 코스에서 잃어버린 공을 수거해 세척하고 등급을 나눈 것입니다. 표면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 리피니시볼 — 수거한 공의 표면을 벗겨내고 다시 도색해 새 공처럼 만든 것입니다. 로고를 다시 찍기도 합니다.

성능만 놓고 보면 세척만 한 쪽이 리피니시볼보다 낫습니다. 도색을 다시 하는 과정에서 커버 두께와 표면 상태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골프다이제스트코리아가 진행한 론치 모니터 테스트에서 리피니시볼은 한두 샷 만에 방향성이 흐트러지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정품 볼은 좌우 분포가 거의 없었던 것과 대조됩니다.

A급이 오히려 위험한 이유

여기가 핵심입니다. 등급은 딤플 상태, 광택, 오염, 스크래치를 보고 매깁니다. 깨졌거나 수명이 다한 공은 아예 탈락합니다.

등급상태쓰임
특A급 / S급거의 새 공에 가까움필드 사용 가능
A급가벼운 사용감, 광택 유지필드 사용 가능
B급변색과 스크래치 있음연습용, 물 많은 코스
C급사용감 뚜렷연습장, 어프로치 연습

문제는 리피니시볼이 A급 판정을 받고 섞여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도색을 다시 했으니 겉으로는 광택이 돌고 스크래치가 없습니다. 등급 기준이 겉모습이다 보니 가장 깨끗해 보이는 공이 사실은 가장 손을 많이 탄 공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명 브랜드 공이 아닌 것을 리피니시해서 그 브랜드로 파는 업체까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값이 유난히 싼 “A급 프리미엄 볼”은 한 번 의심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등급에 따라 실제로 뭐가 달라지나

등급이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항목마다 다릅니다.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차이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 드라이버 비거리 — A급과 C급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10야드 안팎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초보 수준에서는 스윙 편차가 이보다 훨씬 큽니다.
  • 스핀 컨트롤 — 차이가 분명히 납니다. 다만 이걸 체감하려면 아이언과 웨지로 스핀을 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린에서 공을 세우는 단계가 아니라면 느끼기 어렵습니다.
  • 퍼팅감 — 커버가 마모된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등급이 낮을수록 타구감이 무뎌집니다.

정리하면 초보일수록 중고 공으로 인한 손해가 작고, 실력이 올라갈수록 커집니다. 공 탓을 할 실력이 되기 전까지는 마음 편히 쓰셔도 됩니다.

로스트볼이 만들어지는 골프장 연못과 물에 잠긴 골프공

물에 빠졌던 공은 괜찮은가

중고 공의 상당수가 연못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물 먹은 공은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따라붙습니다.

업계에서는 물에 오래 잠겨 있던 공은 코어가 수분을 흡수해 반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정도는 잠겨 있던 기간과 공의 구조에 따라 다르고, 며칠 만에 수거된 공까지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변색이 심하거나 표면이 물러진 느낌이 나는 공은 연습용으로 돌리십시오. 눈으로 구분이 안 되는 수준이라면 그날 스코어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닙니다.

로스트볼은 어디서 사는 게 나은가

같은 로스트볼이라도 파는 곳에 따라 품질 편차가 큽니다. 같은 A급이라도 어디서 샀느냐로 갈립니다.

  • 골프장 프로숍 — 그 코스에서 나온 공을 세척해 파는 곳이 있습니다. 물량은 적지만 리피니시가 섞일 여지가 거의 없어 가장 안전합니다.
  • 전문 판매점 — 등급 기준을 공개하고 실물 사진을 올리는 곳을 고르십시오. 로스트볼과 리피니시볼을 구분해 표기하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 오픈마켓 — 값이 가장 싼 대신 편차도 가장 큽니다. 브랜드와 등급만 적어 두고 리피니시 여부를 밝히지 않는 상품이 많습니다.

처음 사실 때는 소량으로 한 번 써 보고 판단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한 더즌만 사서 라운드에 써 보면 광택과 타구감으로 대략 감이 옵니다. 괜찮으면 그 판매처에서 늘리시면 됩니다.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쓰나

  1. 세척만 한 공을 고르십시오. 판매 페이지에 “리피니시” 표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문의해서 확인하는 편이 확실합니다.
  2. 지나치게 싼 A급은 피하십시오. 겉이 깨끗한데 값이 싸다면 도색을 다시 한 공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3. 한 브랜드, 한 모델로 맞추십시오. 섞어 쓰면 홀마다 타구감이 달라져 거리감이 흔들립니다. 등급보다 이게 스코어에 더 영향을 줍니다.
  4. B급은 연습과 물 많은 코스용으로. 어차피 잃을 확률이 높은 홀에서는 좋은 공을 아끼는 게 합리적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아끼나

값 차이가 크지 않다면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숫자로 짚어 보겠습니다.

프리미엄 신품 골프공은 한 더즌에 6만 원에서 8만 원 선입니다. 같은 브랜드 같은 모델의 중고 공은 등급에 따라 한 더즌 1만 원대에서 3만 원대까지 내려갑니다. 대략 절반 이하, 등급을 낮추면 3분의 1 이하가 되는 셈입니다.

첫 라운딩에서 공을 열 개 잃는다고 하면 신품은 5만 원어치가 사라지고 중고는 1만 원대입니다. 한두 번이면 큰 차이가 아니지만, 한 해에 여러 번 나가면 누적 금액이 만만치 않습니다.

반대로 실력이 올라가면 계산이 바뀝니다. 공을 덜 잃게 되니 절약액 자체가 줄고, 스핀과 타구감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집니다. 시작할 때는 중고를 쓰고, 공을 거의 안 잃는 단계가 되면 신품으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입니다.

공을 아끼려는 마음이 타수를 늘리는 자리도 있습니다. 나무 밑이나 깊은 러프에 박힌 공을 억지로 빼내려다 두세 타를 더 쓰는 경우인데, 이럴 때 골프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면 1벌타로 자리를 옮겨 칠 수 있습니다.

연습장용과 라운딩용은 나눠 두십시오

한 상자를 사면 상태가 고르지 않습니다. 도착한 공을 꺼내 놓고 라운딩에 들고 나갈 것과 연습장에서 쓸 것을 미리 갈라 두시면 편합니다. 변색이 심하거나 표면에 잔 스크래치가 많은 공은 연습장 쪽으로 돌리시고, 눈으로 봐서 새 공과 구분이 안 되는 공만 골프백에 넣으십시오.

어프로치와 퍼팅 연습에는 상태가 떨어지는 공이 오히려 낫습니다. 잔디에 자국이 남거나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고, 짧은 거리에서는 공 상태가 결과를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스트볼을 이렇게 두 갈래로 쓰면 한 상자로 버티는 기간이 눈에 띄게 길어집니다.

OB가 잦은 홀에서 로스트볼이 특히 쓸모 있습니다. 다만 OB 벌타가 1타인지 2타인지는 골프장마다 처리가 갈리니, 공을 아끼는 것과 별개로 계산 방식은 확인해 두십시오.

초보에게 정말 필요한가

첫 라운딩에서는 공을 여러 개 잃는 것이 정상입니다. 부담을 줄이는 선택으로는 합리적입니다.

다만 공을 아끼느라 플레이가 위축되면 그게 더 손해입니다. 물을 넘겨야 하는 홀에서 공이 아까워 짧게 치면 어차피 한 타를 더 씁니다. 넉넉히 챙겨 가서 마음 편히 치는 것이 목적이지, 아껴 쓰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공값을 포함해 첫 라운딩에 실제로 얼마가 드는지는 골프 머리 올리기 비용 글에 항목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공값으로 아끼는 금액이 전체에서 어느 정도인지 보시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로스트볼 써도 되나요?

됩니다. 프로가 아닌 이상 공 하나로 스코어가 갈리지 않고, 첫 라운딩에서는 공을 여러 개 잃는 것이 정상입니다. 다만 세척만 한 것과 도색을 다시 한 리피니시볼은 구분하셔야 합니다.

로스트볼과 리피니시볼은 뭐가 다른가요?

로스트볼은 수거한 공을 세척하고 등급만 나눈 것이고, 리피니시볼은 표면을 벗겨내고 다시 도색한 것입니다. 성능은 세척만 한 쪽이 낫습니다. 리피니시볼은 방향성이 흐트러진다는 테스트 결과가 보도된 바 있습니다.

A급을 사면 안전한가요?

오히려 주의하셔야 합니다. 등급은 딤플 상태와 광택, 스크래치 같은 겉모습으로 매기는데, 리피니시볼은 도색을 다시 해서 깨끗해 보이기 때문에 A급 판정을 받고 섞여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값이 유난히 싼 A급은 의심해 보십시오.

등급에 따라 거리가 많이 차이 나나요?

드라이버 비거리는 A급과 C급 차이가 10야드 안팎으로 크지 않습니다. 차이가 분명한 것은 스핀 컨트롤과 퍼팅감인데, 이건 아이언과 웨지로 스핀을 걸 줄 아는 수준이 되어야 체감됩니다.

물에 빠졌던 공은 성능이 떨어지나요?

오래 잠겨 있었다면 코어가 수분을 흡수해 반발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잠긴 기간에 따라 다릅니다. 변색이 심하거나 표면이 물러진 공은 연습용으로 돌리시고, 눈으로 구분이 안 되는 수준이면 스코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어떤 등급을 사야 하나요?

필드용은 A급 이상, 연습이나 물이 많은 코스는 B급이면 충분합니다. 등급보다 중요한 것은 한 브랜드, 한 모델로 맞추는 것입니다. 섞어 쓰면 홀마다 타구감이 달라져 거리감이 흔들립니다.

몇 개나 챙겨 가야 하나요?

첫 라운딩이라면 열 개 이상을 권합니다. 공을 아끼느라 플레이가 위축되면 오히려 타수를 더 쓰게 됩니다. 넉넉히 챙겨 마음 편히 치는 것이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