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타를 쳤다는 말만으로는 그 라운드가 어땠는지 알 수 없습니다. 평평하고 넓은 코스에서의 90타와 계곡을 넘겨야 하는 코스에서의 90타는 다른 라운드입니다.
그 차이를 숫자로 적어 둔 것이 골프장 코스 레이팅입니다. 스코어카드 구석에 71.8, 124 같은 숫자가 적혀 있다면 그것입니다.
두 개의 숫자입니다
골프장 코스 레이팅은 항상 짝을 이뤄 다닙니다. 앞의 소수점 숫자가 코스 레이팅, 뒤의 세 자리 정수가 슬로프 레이팅입니다.
| 이름 | 기준이 되는 사람 | 값의 모양 |
|---|---|---|
| 코스 레이팅 | 스크래치 골퍼 — 핸디캡 0 | 71.8 같은 소수 |
| 슬로프 레이팅 | 보기 플레이어 — 90타 안팎 | 124 같은 정수 |
골프장 코스 레이팅이 71.8이면 잘 치는 사람이 그 코스에서 대략 71.8타를 친다는 뜻입니다. 파72 코스인데 70.5가 나왔다면 파보다 쉬운 코스이고, 74.2가 나왔다면 꽤 어려운 코스입니다.
슬로프 113이 기준선입니다
골프장 코스 레이팅과 짝을 이루는 슬로프 레이팅은 평균적인 난이도를 113으로 놓습니다. 범위는 55에서 155까지입니다.
- 113보다 높다 — 못 치는 사람이 유난히 고생하는 코스
- 113과 비슷하다 — 실력 차가 평범하게 벌어지는 코스
- 113보다 낮다 — 누가 쳐도 비슷하게 나오는 코스
여기서 오해가 많습니다. 슬로프는 절대 난이도가 아니라 실력 차가 벌어지는 정도입니다. 프로에게는 평범한데 아마추어에게만 가혹한 요소, 예를 들어 물을 건너야 하는 티샷이나 깊은 러프가 많으면 슬로프가 올라갑니다.
누가 어떻게 매기나
국내에서는 대한골프협회가 코스를 방문해 측정합니다. 길이만 재는 것이 아닙니다.
지형의 높낮이, 페어웨이 폭, 그린의 크기와 경사, 벙커, 나무, 물, 바람, 러프 길이 같은 요소를 항목별로 평가해 합산합니다. 대한골프협회의 코스레이팅 안내에 평가 항목이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골프장 코스 레이팅은 골프장이 스스로 정하는 값이 아닙니다. 외부 기관이 같은 잣대로 매기기 때문에 코스끼리 비교가 가능합니다.
티마다 값이 다릅니다
같은 홀이라도 어느 티에서 치느냐에 따라 거리가 달라지니 골프장 코스 레이팅도 티별로 따로 매깁니다.
| 티 | 코스 레이팅 | 슬로프 |
|---|---|---|
| 블랙(챔피언) | 74.5 | 138 |
| 블루 | 72.1 | 128 |
| 화이트 | 70.3 | 119 |
| 레드 | 68.9 | 112 |
예시로 든 수치지만 구조는 이렇습니다. 뒤로 갈수록 두 숫자가 함께 올라갑니다. 티 색깔의 의미는 골프 티박스 색깔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스코어카드에 티별로 줄이 나뉘어 있다면 자기가 친 티의 줄을 봐야 합니다. 다른 줄 숫자를 가져다 쓰면 핸디캡이 통째로 틀어집니다.
핸디캡으로 바꾸는 식
골프장 코스 레이팅이 실제로 쓰이는 곳은 핸디캡 계산입니다. 한 라운드의 값은 이렇게 구합니다.
(스코어 − 코스 레이팅) × 113 ÷ 슬로프 레이팅
92타를 쳤고 코스 레이팅 72.3, 슬로프 레이팅 124인 코스라고 하겠습니다.
- 92 − 72.3 = 19.7
- 19.7 × 113 = 2226.1
- 2226.1 ÷ 124 = 약 18
이 18이 그 라운드의 값입니다. 공식 핸디캡은 이런 값을 여러 라운드 모아 좋은 쪽 몇 개를 평균 내 만듭니다. 산출 절차는 골프 핸디캡 계산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왜 113을 곱하나
식 가운데 113이 들어가는 이유는 어느 코스에서 친 스코어든 표준 난이도로 환산하기 위해서입니다.
슬로프가 124인 어려운 코스에서 친 19.7타의 초과분은, 슬로프 113짜리 표준 코스로 옮기면 18 정도의 가치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슬로프가 100인 쉬운 코스에서 같은 19.7타를 초과했다면 값은 22가 넘습니다. 쉬운 코스에서 많이 친 쪽이 더 나쁘게 계산됩니다.
골프장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가 함께 있어야 이 환산이 성립합니다. 하나만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흔히 헷갈리는 것 세 가지
첫째, 코스 레이팅이 파라는 오해입니다. 파는 홀 구성으로 정해지는 값이고 레이팅은 측정으로 나오는 값입니다. 파72 코스의 레이팅이 71.2일 수도 74.8일 수도 있습니다.
둘째, 슬로프가 클수록 좋은 코스라는 오해입니다. 난이도와 품질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슬로프가 높다는 것은 어려운 요소가 아마추어 쪽으로 몰려 있다는 뜻이지 코스가 훌륭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셋째, 숫자가 매년 바뀐다는 오해입니다. 코스를 크게 손보지 않는 한 그대로 갑니다. 나무가 자라거나 티를 새로 만들면 다시 측정합니다.
어디서 확인하나
골프장 코스 레이팅은 찾아보면 대개 가까운 곳에 적혀 있습니다.
- 스코어카드 — 티별 표에 CR, SR 또는 코스레이팅·슬로프로 적혀 있습니다.
- 코스 홈페이지 — 코스 소개나 스코어카드 페이지
- 티잉 구역 표지석 — 홀별 거리와 함께 적힌 곳이 있습니다.
표지석은 홀별 거리만 적힌 경우가 더 많으니 스코어카드가 가장 확실합니다. 다만 국내 코스가 모두 공식 측정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값이 없는 골프장도 있고, 코스를 개보수한 뒤 다시 받지 않아 옛 값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체 대회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주말 단체 대회에서 쓰는 즉석 핸디캡은 골프장 코스 레이팅과 관계가 없습니다. 그날 스코어만으로 그날 핸디캡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계산 방식은 골프 신페리오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코스 난이도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식 핸디캡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같은 파72인데 왜 다른가
파72라는 숫자는 홀 구성만 말해 줍니다. 파3 넷, 파4 열, 파5 넷이면 어느 코스든 72입니다.
그 안에서 파4가 350미터인지 420미터인지, 페어웨이가 40미터인지 20미터인지는 파에 담기지 않습니다. 골프장 코스 레이팅은 파가 담지 못하는 정보를 채우는 값입니다.
그래서 파72 코스의 코스 레이팅이 69점대인 곳도 있고 75점대인 곳도 있습니다. 같은 파인데 앞의 코스에서는 이븐파가 평범하고 뒤의 코스에서는 대단한 라운드가 됩니다.
해외 코스에서도 같은 숫자입니다
세계핸디캡시스템은 나라마다 따로 놀던 제도를 하나로 묶은 것입니다. 그래서 골프장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은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의미로 읽힙니다.
해외 라운드 스코어를 기록으로 남기실 생각이라면 그 코스의 두 숫자를 적어 오시는 편이 좋습니다. 나중에 환산할 때 필요합니다.
동남아 코스처럼 평평하고 넓은 곳은 슬로프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곳에서 평소보다 좋은 점수가 나왔다면 실력이 는 것이 아니라 코스가 쉬웠을 가능성부터 보셔야 합니다.
숫자를 알면 달라지는 것
골프장 코스 레이팅을 보고 티를 고르면 라운드가 편해집니다.
- 슬로프가 130을 넘는 티는 초보에게 하루가 길어집니다.
- 같은 코스에서 한 칸 앞 티로 가면 슬로프가 10 안팎 내려갑니다.
- 처음 가는 코스라면 평소보다 한 칸 앞에서 치는 편이 무난합니다.
스코어를 비교할 때도 기준이 생깁니다. 슬로프 135짜리 코스에서 친 95타는 슬로프 110짜리 코스의 90타보다 나은 라운드일 수 있습니다.
동반자와 실력을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코스에서 친 점수를 그대로 견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숫자 두 개를 알고 나면 그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정리하면
앞의 소수점 숫자는 핸디캡 0인 골퍼의 기대 타수이고, 뒤의 세 자리 정수는 90타 치는 골퍼 기준의 상대 난이도입니다. 슬로프 표준은 113, 범위는 55에서 155입니다.
두 숫자는 티마다 따로 붙고, 핸디캡을 코스 간에 비교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다음 라운드에 스코어카드 구석의 작은 숫자 두 개만 한 번 보시면 그 코스가 어떤 곳인지 먼저 알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은 무엇이 다른가요?
기준이 되는 사람이 다릅니다. 코스 레이팅은 핸디캡 0인 스크래치 골퍼의 기대 타수이고, 슬로프 레이팅은 90타 안팎을 치는 보기 플레이어 기준의 상대 난이도입니다.
슬로프 113은 무슨 뜻인가요?
평균적인 난이도를 뜻하는 기준값입니다. 범위는 55에서 155까지이며 113보다 높으면 실력 차가 크게 벌어지는 코스, 낮으면 누가 쳐도 비슷하게 나오는 코스입니다.
슬로프가 높으면 무조건 어려운 코스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슬로프는 절대 난이도가 아니라 잘 치는 사람과 못 치는 사람의 차이가 벌어지는 정도입니다. 아마추어에게만 가혹한 요소가 많으면 올라갑니다.
누가 측정하나요?
국내에서는 대한골프협회가 코스를 방문해 매깁니다. 길이뿐 아니라 높낮이, 페어웨이 폭, 그린, 벙커, 나무, 물, 바람 같은 요소를 항목별로 평가합니다.
티마다 값이 다른가요?
다릅니다. 거리가 달라지니 티별로 따로 매깁니다. 뒤쪽 티일수록 두 숫자가 함께 올라가므로 스코어카드에서 자기가 친 티의 줄을 봐야 합니다.
핸디캡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한 라운드의 값은 스코어에서 코스 레이팅을 빼고 113을 곱한 뒤 슬로프 레이팅으로 나눕니다. 92타에 코스 레이팅 72.3, 슬로프 124라면 약 18이 나옵니다.
왜 113을 곱하나요?
어느 코스에서 친 스코어든 표준 난이도로 환산하기 위해서입니다. 쉬운 코스에서 많이 친 라운드는 같은 타수라도 더 나쁘게 계산됩니다.
모든 골프장에 레이팅이 있나요?
없습니다. 공식 측정을 받지 않은 코스도 있고, 개보수 후 다시 받지 않아 옛 값이 그대로 붙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체 대회 핸디캡과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단체 대회에서 흔히 쓰는 신페리오 방식은 그날 스코어만으로 그날 핸디캡을 만들며 코스 난이도를 반영하지 않습니다.